태국의 별명 문화 츠렌, 수박과 도넛이 이름이 된 이유

태국인은 거의 모두 츠렌(ชื่อเล่น)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일상에서는 실명 대신 이 이름으로 불린다. 수박(땡모), 도넛, 구슬(깨우)처럼 음식이나 사물 이름이 흔한데, 유래는 아이를 악령으로부터 지키려는 옛 믿음에 있다. 귀신이 예쁜 아이를 데려간다고 여겨 일부러 볼품없는 이름으로 불렀던 것이다. 흔히 알려진 "실명이 너무 길어서 생겼다"는 설명은 순서가 반대다. 짧은 이름이 먼저였고, 긴 실명과 성씨는 1913년에야 제도로 자리잡았다.

태국에 살면서 명함이나 소개에서 실명을 볼 일이 거의 없다. 다들 츠렌으로 부르고 불린다.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문화라 태국 자료를 찾아 정리했다.

츠렌은 왜 생겼는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유래는 악령 피하기다.

옛 태국에서는 어린아이의 혼이 아직 약해서 귀신(ผี)이 데려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일부러 예쁘지 않은 이름을 지어 불렀다. 귀신에게 "이 아이는 볼품없으니 데려갈 가치가 없다"고 속이려는 것이었다.

실제로 옛날에 쓰이던 츠렌은 이런 것들이다.

츠렌
ดำ (담) 검정
หมู (무) 돼지
อ้วน (우안) 뚱보
เหม่ง (멩) 대머리

이름이 하찮을수록 좋았다. 음식이나 동물, 색깔 이름이 많은 배경에는 이런 사고방식이 있다. 귀한 것으로 부르면 안 된다는 발상이다.

이 믿음은 태국 특유의 정령 신앙, 조상신 관념, 불교와 브라만·힌두 요소가 층층이 쌓인 결과로 설명된다.

"실명이 길어서 생겼다"는 사실인가

한국에서 흔히 도는 설명이지만 순서가 반대다.

  • 옛 태국인은 한 음절짜리 이름으로 불렸고, 성씨 자체가 없었다
  • 식민지 시대에 유럽인들이 성씨가 없는 나라라며 얕보자, 라마 6세가 1913년 성씨법을 제정했다
  • 이때 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에 뿌리를 둔 격식 있는 긴 실명 문화가 자리잡았다

긴 실명이 나중에 생겼다. 츠렌이야말로 원래 부르던 이름에 가깝다. 실명이 길어서 별명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쓰던 짧은 이름이 그대로 남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태국인은 두 개의 이름 체계를 갖게 됐다. 공식 문서에 쓰는 실명과, 실제 생활에서 쓰는 츠렌이다.

어떤 이름을 쓰는가

츠렌은 대체로 한두 음절이고 부르기 쉽다. 소재는 다양하다.

과일과 음식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유형이다.

츠렌
แตงโม (땡모) 수박
ส้ม (쏨) 오렌지
องุ่น (아응운) 포도
ชมพู่ (촘푸) 로즈애플
เงาะ (응오) 람부탄
ทับทิม (탑팀) 석류
ลิ้นจี่ (린찌) 리치

디저트 이름도 흔하다. โดนัท(도넛), เจลลี่(젤리), ตังเม(엿) 같은 것들이고, เฟรนช์ฟราย(감자튀김)까지 이름으로 쓰인다.

사물과 자연

치앙마이 22개 군에서 1,582명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태국어 츠렌 상위권은 다음과 같다.

츠렌
แดง (댕) 빨강
แก้ว (깨우) 유리, 보석
นก (녹)
ฝน (폰)
แมว (매우) 고양이

룩(ลูก)으로 시작하는 이름

ลูก은 열매, 알, 자식을 뜻하는 말이다. 앞에 붙여 이름을 만드는 방식이 흔하다.

  • ลูกตาล (룩딴) — 팔미라 야자 열매
  • ลูกแก้ว (룩깨우) — 구슬
  • ลูกปัด (룩빳) — 구슬, 비즈
  • ลูกแพร์ (룩패) — 배

이름에서 ลูก으로 시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난다면 이 방식이다.

요즘은 영어 이름이 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태국어 츠렌은 75.2%(1,190명)였고, 나머지 392명은 영어 계열 이름을 썼다. 인기 있는 영어 츠렌은 M, May, Apple, 그리고 Cartoon(การ์ตูน) 이었다.

영어식이 빠르게 늘자 태국 문화부가 태국어로 츠렌을 지어달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도 있다. 전통 이름이 밀려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셈이다.

악령을 속이려 볼품없는 이름을 짓던 문화에서, 예쁘고 세련된 이름을 고르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이름의 기능이 보호에서 표현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이 알아둘 것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 일상에서는 츠렌으로 부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명으로 부르면 오히려 어색해한다
  • 명함, 메신저, 회사 내부 호칭까지 츠렌을 쓰는 경우가 많다
  • 실명은 계약서, 관공서 서류, 은행 업무 등 공식 절차에서만 쓰인다
  • 츠렌은 중복이 매우 흔하다. 같은 조직에 땡모가 여럿일 수 있다
  • 태국인이 자기소개에서 알려주는 이름은 대체로 츠렌이다. 그대로 부르면 된다

이름 뜻이 음식이나 동물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기거나 농담 소재로 삼지 않는 편이 좋다. 본인에게는 평생 불려온 이름이다.

정리

  • 츠렌(ชื่อเล่น) 은 태국인 대부분이 가진 별명이며 일상에서 실명보다 널리 쓰인다
  • 유래는 아이를 악령으로부터 지키려던 옛 믿음이다. 볼품없는 이름으로 귀신을 속이려 했다
  • "실명이 길어서 생겼다"는 순서가 반대다. 짧은 이름이 먼저였고 성씨는 1913년 제도화됐다
  • 과일, 디저트, 색깔, 동물 이름이 흔하고 ลูก(룩) 접두 형태도 많다
  • 조사 기준 태국어 츠렌 75.2%, 나머지는 영어 계열이며 영어식이 늘고 있다
  • 외국인은 일상에서 츠렌을 쓰고, 실명은 공식 서류에서만 쓰면 된다

관련 글: 파타야 도시 역사, 1959년 미군 휴양지에서 시작됐다 · 방콕 우기 침수 2026, 비가 준 걸까 배수가 좋아진 걸까

참고 자료

2026년 7월 기준으로 작성했다.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며, 여기서는 태국 자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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